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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짭 [책과 삶]“남자들이여, 국가 위해 아이 낳아라”···가임기 여성 멸종된 미래의 섬뜩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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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숭
2026-07-19 22:47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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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짭 징산제
다나카 조코 지음 | 한주노 옮김
고블 | 360쪽 | 1만7800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은 소년 ‘타키’와 소녀 ‘미즈하’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예쁘장한 여자아이의 몸이 된 타키는 몸이 바뀔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가슴을 주물럭거린다.
저자는 몸 바뀌는 설정의 영화·드라마 속 남성 판타지가 투사된 장면들에 “찬물을 끼얹고 싶었다”. 여성이 된다는 것은 신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강요하는 각종 굴레를 맞닥뜨리는 일이다. “역사 속에서 사회규범이 (때로는 국가가) 여성에게 당연하다는 듯 강요해온 ‘아름다워져라’ ‘섹스하라’ ‘아이를 낳아라’ 같은 요구를 남성에게 강요한다면?” <징산제>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2019년 제18회 ‘센스 오브 젠더상’ 대상작이다. 2087년 여성에게만 치명적인 악성 전염병 ‘스미다 인플루엔자’가 확산하며 가임기 여성 대다수가 죽고 일본은 고립된다. 2090년 한 연구소는 획기적인 성전환 기술을 개발한다.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다시 남자로 성별을 바꾸는 것이 가능해진다.
여자는 거의 없고 남자는 임신할 수 있게 됐다. 국가는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징산제’를 실시한다. 일본 국적을 가진 만 18세 이상 31세 미만 남자는 최대 24개월간 ‘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급여를 받는다. 출산이 의무는 아니지만, 아이를 낳는 즉시 징산은 종료된다. 그 이후에도 여자로 살 것인지, 남자로 돌아갈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맡긴다.
그로테스크한 설정 속에 다섯 남자가 나온다. 새로운 삶이 궁금해서, 향후 경력 관리에 유리할 것 같아서, 돈을 벌기 위해 싫었지만 억지로 ‘여자’가 된 이들이다. ‘산역 남자’가 겪는 사회는 냉혹하다. ‘예쁘지 않을까 봐’ 위축되고 성폭력 위험에 놓이며 ‘2등 여성’이 된 것 같다. 극단적인 역지사지일지라도 책은 이들이 어느 순간 ‘남성다움’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개인은 깨치고 나아가지만, 인간을 출생률 증진의 도구로 상정하고 정책을 펴는 권위적인 국가의 모습이 내내 섬뜩하다.
조선업 호황의 이면에서 구조적인 인력 공백을 메워 온 이주노동자들이 불평등한 노동 환경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에 대거 가입했다. 고용관계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이 노조에 집단 가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속노조는 14일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216명이 최근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외국인 일반기능인력(E-7-3 비자)으로 입국한 노동자들로, 현대중공업이 직접 고용한 계약직이다.
이들을 노조 가입으로 이끈 것은 밥값부터 성과급, 근로계약에 이르기까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누적된 ‘차별’이었다.
지난 5월 말 사측은 직접 고용 이주노동자 1600여명에게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적용된 새 근로계약서에는 기본급을 대폭 삭감하고 성과차등임금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다수 노동자가 새 계약서에 서명했으나, 노조를 찾은 이주노동자들은 자발적인 서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리자들이 바뀐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거나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압박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계약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1600여명의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가운데 320여명이 ‘본인 의사에 반해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고 말했다.
‘밥값 차별’ 문제도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원·하청 내국인 노동자와 하청업체 소속 이주노동자에게는 무료 급식을 제공하면서도, 직접 고용한 이주노동자에게는 임금에서 식대를 공제해 왔다. 이는 2022년 1월 회사와 현대중공업지부가 사내 모든 원·하청 노동자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위반한 것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그동안 인센티브에서도 차별을 받았다고 말한다.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나자 원청 정규직은 평균 1721만원, 사내하청 내국인 노동자는 최소 920만원, 하청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최소 465만원의 성과급이 나왔다. 그러나 유독 현대중공업이 직접 고용한 이주노동자들은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식대 차별과 근로계약 변경에 대한 반발 기류가 확산하자 사측은 지난 3일 식비 공제를 중단하고 ‘인사평가와 무관한 성과급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과 노조는 새 근로계약 자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울산이주민센터에서 열린 첫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 170명이 모인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26일에는 400명, 지난 5일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열린 집회에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총 1000여명이 참여했다.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국적도 다양해졌다.
사측이 차별적인 임금 체계 개편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더 싸게, 더 많이’ 이주노동자를 데려와 인력난을 해소하려 한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조선업이 호황을 맞은 2022년 용접·도장·배관공 등 숙련 기능직 외국 인력을 E-7-3 비자로 대거 유입하는 정책을 폈다. 조선업이 다시 호황 사이클을 맞았으나 일할 사람이 없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초 정부는 E-7-3 비자로 입국하는 숙련 기능 인력에게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 이상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지만 2023년부터는 GNI의 70%로 낮췄다. 조선소 인력난이 심해진 2024년부터는 입국 후 3년 차까지 최저임금 수준만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기능 인력을 우대한다는 E-7 비자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여기에 E-7-3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조선업 외 다른 업종으로의 이동이 제한되고, 업체가 휴업하거나 폐업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다른 조선소로 이직할 수 있다. 상당수 이주노동자가 불리한 조건의 계약서 변경을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다.
노동계에선 체류 자격과 고용 구조상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이 노조에 집단 가입한 것은 이례적으로, 쌓이고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023년부터 현대중공업에서 일해온 프라딥 차투랑가는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에 공헌해 온 동등한 노동자”라면서 “정당한 권리를 얻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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