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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카레·당면 등 인상…식료품값 줄줄이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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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숭
2026-07-19 17:29 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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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유가와 중동사태로 원가 부담에 시달리던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줄지어 가격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 식품업체인 오뚜기가 올 하반기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면서 다른 업체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상, 농심 등 대표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까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춰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6·3 지방선거 이후 원가 부담이 큰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오뚜기는 16일부터 카레류 6.1%, 당면류 10.0%, 케첩류 6.1%, 후추류 17.0%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최대 17% 인상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당장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식품업계 선두기업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두부와 밀가루, 장류와 조미료 등 주력 제품군이 원가 부담을 버텨내는 데 한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식품 가격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 원재료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중동사태 영향으로 고환율·고유가에 지속되면서 포장재, 물류비 등 제조·유통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은 지난 5월 전년 동월보다 38.9% 오르는 등 3개월 연속 3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식품산업통계정보(FIS)를 보면 연초 대비 대두유 가격이 54.1% 뛰었고 밀 가격은 24%, 팜유는 13.7% 상승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가공식품은 원재료를 수입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최근 1년 사이 10% 넘게 올랐다”며 “지금 가격보다 최소 20~30% 정도는 인상요인이 발생했는데 3~4년째 가격을 못 올리는 제품도 많다”고 했다.
문제는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이 그대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상기후로 필수 식재료인 고기류와 채소류 등 신선식품 가격이 널뛰기하는 데다, 대표 식품업체들까지 가격 인상 랠리에 나선다면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눈치도 있고 당장 가격 인상에 동참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식품업체들이 설탕·밀가루·전분 및 전분당 등 원재료 담합 사건으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2조원대 과징금을 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 점도 변수로 보인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오뚜기는 과징금 이슈에서 피해 있는 데다, 내수 비중이 커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것 같다”며 “다른 주요 업체들은 해외 수출에 매진해 환율 상승효과로 경영부담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디야커피는 지난 5월부터 스틱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가격을 4.3~15.2% 올렸다.
더본코리아도 지난달 9일부터 역전우동과 한신포차 등 11개 브랜드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11%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6일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칸타타 등 12개 브랜드 44개 품목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굽네치킨은 이달 1일부터 불닭발과 파스타, 감자류 등 일부 사이드 메뉴 가격을 평균 8.7% 올렸다.
“소아청소년과 인력난이 왜 이제서야 화제가 될까. 그나마 신생아중환자실은 떠날 사람이 있으니 화제가 되지만, 이미 떠날 사람조차 없이 ‘멸망’ 수준인 다른 소아청소년과 분과들이 많다.”(전공의 A씨)
최근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홀로 책임지던 김진규 교수의 사직이 보도되면서, 지역 신생아중환자실 위기가 화두에 올랐다. 소식을 접한 많은 의료인들은 통탄 섞인 한숨과 함께 “앞으로의 현실은 더욱 내리막일 것이다”라는 견해를 공통적으로 내놨다.
소아중환자를 보는 상급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의사들 중 많은 수가 50세를 넘겼지만, 그 뒤를 이을 젊은 의사들이 소청과 기피 현상은 세월이 흐를수록 심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비수도권 소청과 전문의 10명 중 6명이 50세 이상이었다. 올해 상반기 신규 레지던트 모집 결과 소청과 충원율은 20.6%(34명)로 전체 모집과 중 가장 낮았고, 적은 전공의마저 수도권 병원에 집중됐다.
왜 젊은 의사들은 소청과를 등지고 있을까. 다들 ‘망해버렸다’고 하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젊은 의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곧 전문의 취득을 앞두고 있는 소청과 전공의 3·4년 차 4명과 현재의 소청과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의·정 갈등 시기인 2024년 ‘Nextgen Pediatrics’(NGP·다음 세대 소아청소년과 모임)을 만들고 소청과 붕괴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NGP에는 현재 전국 소청과 전공의 120여명이 속해있다.
4명의 전공의는 왜 지난 10년간 점점 더 소청과를 택하는 전공의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지, 지금 당장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풀어놨다. 4명의 전공의와의 대화를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Q. 최근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사직을 계기로 쏟아지는 뉴스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A: ‘왜 이제서야 화제가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떠날 사람이 있으니 화제가 되지만, 소청과 다른 세부 분과들은 이미 떠날 사람조차 없이 ‘멸망’ 수준인 곳이 많다. 소아암, 소아중환자, 소아신장 등은 지원자가 없게 된 지 오래다. 현업에 있는 분들이 이런 현실을 호소할 시간조차 없어 화제가 안 됐다고 본다.
B: 한 분의 사직으로 인해 그 지역의 신생아중환자실 진료 체계가 흔들리는 것이 정상인가. ‘지금까지 한 사람이 감당해온 책임이 얼마나 컸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차원의 문제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C: 신생아중환자실은 그나마 정책적 보상이 좀 있어서 소아 분과 중에서는 ‘숨 쉴 수 있는’ 과임에도 현실이 이렇다. 언제까지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계속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슈퍼히어로가 더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개인에게 박수를 치기보다는 보상을 더 하거나 의료 리스크를 덜어주는 정책적 보조가 필요하다.
Q. 의료계에서는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이 낮아지면서 지금처럼 ‘대가 끊긴’ 상황은 적어도 1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들 말한다. 어쩌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게 된 걸까.
D: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소청과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보통 아이나 보호자와 대화하며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일종의 ‘F’(감성적)인 사람들이 소청과를 많이 선택한다. 일이 좀 힘들더라도 내가 아이를 잘 고쳐서 보호자로부터 ‘선생님 덕에 아이가 학교 잘 다니고 있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점점 더 일터에서의 감정적인 부분 중에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들이 많아진 것 같다. 보호자의 민원이나 소송이 늘고, 최선을 다해서 치료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위축되고, 더 이어나갈 힘을 못 얻고 있다.
두 번째로는 ‘절대적인 수의 부족’이다. 전공의 수가 급격하게 줄기 시작하면서 불과 5~6년 만에 한 명의 전공의에게 쏠리는 업무부담이 3~4배는 증가했다. 요새는 교수님들이 당직도 직접 서긴 하지만 의·정 갈등 전에는 전공의 1인이 많은 당직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후배들이 봤을 때 ‘저 과는 사람들(환자들)도 힘들게 하는데, 노동 강도도 너무 세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더욱 피하게 됐다.
B: 원래는 전공의 1~3년 차가 정원으로 800명 정도가 차야 한다. 올해 8월에 전공의 마지막 연차가 졸국(전문의 취득)을 하고 나면 전국에서 수련 중인 소청과 전공의가 100명이 안 된다.
A: 의료사고 소송 영향이 사람들의 생각 이상으로 크다. 최근에 미숙아 심장 치료가 지연됐다는 이유로 병원에 배상(3억2500만원)하라고 한 판결이 화제가 됐다. 그 이전에는 소아외과의가 병원에 없어서 당직의가 응급 수술을 해서 신생아를 살렸는데 수술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병원이 배상하라는 판결도 있었다.(장중첩증으로 인해 병원이 10억원 배상) 의료소송은 소아과만 겪는 일은 아니지만, 그 영향이 더욱 크다. ‘100번을 잘해도 한 번 실수해서 소송에 걸리면 집이 망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젊은 의사들이 점점 많이 하게 됐다.
윗세대인 교수님들을 보면 너무나 힘든 삶을 살고 있다. 교수님들이 정말 열성적으로 환자를 봐주시는데도, 어떤 보호자들은 중간에 하나만 삐끗하더라도 굉장히 화를 내거나 민원을 넣곤 한다. 자기 삶도 없이 병원에 붙어서 일하는데 소송에까지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젊은 의사들이 ‘나는 저렇게는 못 살겠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Q. 실제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소송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소청과가 특히 다른 진료과에 비해서 소송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뭔가.
C: 빈도가 많다기보다 한 건 한 건이 치명적인 것 같다. 이대목동병원 사례처럼 영향력이 큰 사건을 보면 ‘나도 조심해야겠다’ 혹은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는 그냥 안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 발생해 의료진이 형사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D: 소아는 성인 환자에 비해서 치료에 ‘타임어택’(시간제한)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탈수증세를 예로 들어보자. 성인은 장염이 있어도 하루에 10번씩 설사를 한다고 해도 3~4일 정도를 버틸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 처하면 굉장한 중환이 될 수 있다. 죽을 수도 있을 정도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피해의 정도가 달라진다.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소송도 많은데, 그 역시 성인과 차이가 크다. 성인은 저산소 상태를 소아보다 좀 더 버틸 수 있지만, 신생아는 그 시간이 매우 짧다. 신생아의 경우 기관 삽관을 2분 안에 해야 한다. 크기가 작은 소아는 술기의 난이도도 높다.
그런데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배상액은 소아가 성인보다 훨씬 크다. 배상액은 앞으로의 기대 수명에 (피해 정도를) 곱해서 결정하는데, 소아는 기본이 50년이라 전체 배상액 자체가 10억원을 쉽게 넘는다. 의료소송을 보면서 ‘이 일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B: 사법기관에 끌려다니면서 겪는 스트레스도 굉장히 크다. 지인 중에서 본인이 직접 잘못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관리하는 의료공간 내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인해 수년간 소송에 시달렸던 경우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5년 넘게 소송을 하면서 그 지인이 한 말이 ‘차라리 유죄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였다. 수련을 받다가도 휴가 내서 검찰에 출석하고, 수기로 진술서를 반복해서 쓰면서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제가 이런 경우를 겪게 되면 정말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D: 내가 고의로 사람을 해쳤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열심히 일하다가 일어난 일로 인해서 과한 경찰 수사나 본보기식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건들이 화제가 되면 정부에서 몇 조원을 쏟아붓더라도 필수의료는 ‘나락’으로 갈 수밖에 없다.
Q. 소송 리스크 외에 소청과를 기피하는 다른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B: 사실 소아과 의사 수가 적진 않다. 실제 현장에서 소아 진료를 보는 소청과 의사 수가 적은 것이 문제다. 2019년도에 한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들에서 10만명당 소아과 의사 수가 평균 72명인데 한국은 10만명당 80명이었다.
그렇다면 왜 소아진료를 안 보는 것일까. ‘돈’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의사가 돈만 밝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진짜 문제라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거다. 소청과 원가보전율은 79%인데, 그 말은 내가 1만원을 투자해서 7900원을 번다는 거다.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급여 진료만 하면 마이너스가 날 수밖에 없으면 비급여 진료로 채우곤 하는데, 소청과는 특성상 비급여 진료가 매우 적다. 의사가 정직하게 진료를 보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A: 어린이병원 중에 매번 적자가 나는 곳이 많은데, 그러면 정부에서 사후보상으로 적자를 보전해준다. 그런데 일단 이득이 나게 해줘야지 적자를 나중에 메워주는 방식은 옳지 않다.
소청과의 경우 국립대병원은 어떻게든 운영이 되지만, 사립병원의 경우 다른 진료과에 비해서 수익이 적게 날 경우에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익이 적게 나는데 소청과 인력을 더 채용할 유인이 있을까? 실제로 한 3차 병원에서 있던 일인데, 폐렴이 유행하면서 소아 입원 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병원장이 소청과 의사에게 “뭐가 힘드냐”라고 물어서 담당 의사가 “사람을 한 명 더 뽑아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병원장이 “사람 많이 볼수록 적자니까 그냥 입원 환자를 받지 마시죠”라고 했다더라.
원가를 제대로 계산하면 수가가 현재의 최소 3~5배는 올라야 한다. 저는 건강보험 내에서 안 되면 저출산 예산 같은 것을 따로 끌어와서 쓸 정도로 현재 상황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C: 정부에서 늘 대책을 내놓고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아니라고 본다. 소아의료는 노인에 비해서 어떻게 보면 해결이 쉽다. 의료 대상자 수 자체가 적고, 병원 이용률 자체가 노인에 비해 적기 때문에 지원하고자 하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정부가 정말 그렇게 열심히 해결하려 했나 의문스럽다.
사실은 제 세대만 해도 소청과를 하겠다는 사람이 한 학번당 일정 비율 이상은 늘 있었다. 이들이 결국 다 이탈한 거다. 정부에서 노력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돼 아쉽다.
Q. 지금 당장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까.
D: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분쟁조정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 과정이 10년 후에나 완성이 된다고 하면 그사이에 소청과는 다 없어질 것이다.
복지부 내에서 정책 추진을 할 거버넌스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소아 진료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응급의학은 복지부 내에 응급의료과가 있지 않나. 학회와 긴 호흡을 가지고 연속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담당자가 있어야 한다. 복지부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유관 기관에도 소아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
수련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한 사람당 업무를 추가하지 말고, 독립적인 진료가 가능한 전문인력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A: ‘소아’가 붙으면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소청과만 소아를 보는 게 아니다.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성형외과, 소아정형외과 등이 있다. 그런데 인기과라고 하더라도 ‘소아’만 붙으면 기피과가 된다. 간호팀조차도 소아간호팀은 일이 어렵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 ‘소청과 의사 한 명만 채워 넣으면 된다’가 아니라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Q. 무거운 이야기들을 풀어놨는데, 이런 환경에서 소청과를 택해 이 길을 가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다.
B: 좀 속상하긴 하다. 제가 공부를 못해서 이 과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개인적인 소신으로 왔다. 주변에서는 간혹 ‘너 공부 못하고 갈 곳 없어서 소청과 간 거 아니냐’는 생각도 할 거다. 정부가 의사 증원을 말하면서 ‘낙수효과’라는 단어를 쓰는 바람에, 저희 과는 ‘낙수과’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정부는 의사 수 증원의 근거 중 하나로 의사수가 늘어나면 낙수효과로 인해 소청과같은 필수의료과에도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비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지만, 스스로에게 늘 주지시킨다. 난 열심히 하고 있고, 그러다보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사람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내 길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마음은 이미 포기한 부분이 있다.
C: 오히려 의사사회 내부에서는 소청과의 현실을 아니까 그런 취급(낙수과)은 적다. 그런데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성형외과 못 가니까, 할 것 없어서 소청과 했나보다’같은. 기분 좋진 않다.
A: 전북대 교수님 사직 기사 중에 ‘7억원을 줘도 의사를 못 구한다’는 내용을 보고, 사람들이 ‘7억 주면 내가 한다’ ‘역시 의사는 돈만 밝히는 악마다’라는 댓글을 단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왜 7억을 줘도 못 할까 생각해보면, 365일 24시간 내내 병원에서 5분 대기조로 살면서 연속으로 며칠씩 당직을 하고 내 몸을 갈아 넣어서 병원을 책임져야 하는 건데 누가 하겠나.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청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B: 아픈 아이를 살리고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굉장히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이다. 저는 어렸을 때 아파서 오랫동안 입원한 적이 있다. 오늘 밤을 못 넘긴다는 이야기도 몇 차례 들었었다. 모든 의사들이 다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소청과는 저처럼 좀 더 특별한 계기가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A: 저는 백색증이라는 희귀 질환이 있다. 색소가 적어서 머리 색과 피부가 하얗게 보이는 병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좀 다른 세상을 살았다. 그런 경험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의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만성질환은 한 번 치료한다고 낫는 게 아니고, 질환을 평생 자신과 동반자처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자기 질환에 대해서 설명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저같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질환을 이야기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을 하면서 살아갈 때까지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소청과를 선택했다.
D: 저는 원래 기초의학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암 관련된 연구를 하다가 소아암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성인보다 소아암 환자들의 예후가 더 좋고, 보호자도 끝까지 살려보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하다. 그래서 소아혈액 종양 분과를 하고 싶어 소아과에 오게 됐다.
C: 성인은 노화로 인해서 회복에 제한이 있는데 소아는 회복 가소성(손상 이후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아서 극적으로 좋아지곤 해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훨씬 크다. 보통 나이가 아주 많은 노인 환자를 치료할 때 사회복귀를 기대하기보다는 좀 더 편안한 여생을 목적으로 두곤 하는데, 소아는 잘 치료해서 사회복귀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의사 입장에서 보람차다.
B: 얼마전에 전공의 1년차 선생님 두 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이 “수련을 끝내고 나왔을 때 내가 정말 일할 자리가 있을까요”라고 묻더라. 또 “내가 돈 잘 벌고 살더라도, 45~50세까지 (소송 등으로) 쫓겨나지 않고 내 자리를 잘 지킬 수 있을까요”라고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멋지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결국 공부만 하고 나가서 다른 일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과정을 보면서 늘 안타까웠다.
희망이 있어야 한다. 지금이 시궁창이어도,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일을 할 수가 있다.
제80회를 맞이한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올해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Guest Language)로 선정했다. 아시아 언어권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로는 첫 사례다. 지난 28년간 한국 작품을 초청한 적 없던 아비뇽이 한국 작품 9편을 공식 초청(In·인) 무대에 올린 것도 이례적인 변화다.
축제를 진두지휘한 티아고 호드리게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사진)은 15일(현지시간) 아비뇽 호텔 클루아트르 생루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어 초청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앞으로 한국 예술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2023년부터 호드리게스 예술감독 주도로 특정 언어권의 예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초청 언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다음 네 번째로 선택한 언어가 바로 한국어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K팝과 K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일반 관객뿐 아니라 프랑스와 유럽의 공연 전문가들, 비평가들조차 한국 현대 공연예술을 잘 알지 못했다”며 “바로 그 호기심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호드리게스 감독과 한국의 인연은 2022년 가을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한국 예술가들의 역량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비뇽이 지난 28년 동안 한국 예술가를 거의 초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그때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이후 총 네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연극, 무용, 판소리 등 한국 공연예술 작품 9편을 선정했다. 이자람의 판소리 공연부터 다큐멘터리 연극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려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매년 6000여명의 세계 공연계 전문가들이 모이는 아비뇽에서, 한국 작품만 찾아다니는 열성 관객층이 형성될 정도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10여편 작품의 유럽 등 타 국가 페스티벌 초청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예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이경성 연출의 <섬 이야기>를 비롯해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새>(Oiseau)까지 제주 4·3을 조명한 작품들이 유독 눈에 띈다. 같은 비극을 다른 방식으로 다룬 작품들이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제주 4·3을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이경성 연출의 공연과 한강의 소설이었다며 “하나의 역사를 서로 다른 예술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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