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강제추행변호사 [정동칼럼]‘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광풍
2026-07-1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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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강제추행변호사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규모나 속도나 광풍이다. 정부는 우리가 도약이냐 추락이냐를 가르는 기로에 서 있다고 연일 강조한다. 반도체 생태계를 무대로 본다면 가히 그렇다. 인공지능에 미래를 건 대자본들이 달려들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갈등의 핵심에도 반도체가 있다. 기술을 선점하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와중에 메모리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한국에 돈다발이 쌓이고 있다. 이때다! 반도체 생산을 증폭하고 데이터센터를 대거 건설하고 피지컬 AI로 달려나가자!
무대를 우리 삶의 생태계로 옮겨서 보면 어떨까? ‘삼전닉스’가 역대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코스피 지수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2000년 이후 실업률은 최고를 기록했고 실질임금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명을 넘겼고 폐업률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과 전월세가 들썩여 불안해졌고, 금리를 인상한다는 소식에 빚 갚을 일이 아득해졌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추락하고 있었다.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다. 격차가 심화되도록 틀 지워진 구조를 바꾸는 일이 늘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낳고 있다. 창원-기계, 거제-조선 같은 이름처럼 광주-반도체, 새만금-로봇 같은 이름을 얻으면 균형발전이 가능해질 것처럼 상상된다. 지역을 자본에 안기느라 쫓겨난 사람들, 불황의 늪에 빠져 떠나는 사람들은 그 이름 안에 없다. 게다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압도적 규모의 물과 전기를 먹어치우며 내놓는 일자리는 제조업의 절반도 안 된다. 호황이 인들 지역이 윤택해지기 어렵다. 기업 투자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지역에 그나마 남은 자생력까지 자본에 먹힐 것이다.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을 쓰겠다 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도약의 기억을 재현하고 싶은 듯하다. 연평균 10%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인당 국민소득이 20배 늘어난 시기. 지표만이 아니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실질임금이 오르는 등 삶에 체감되는 변화가 있었다. 덕분에 그는 ‘독재는 했지만 경제는 잘한’ 인물로 기억된다. 그가 경로화한 경제구조는 후일 크고 작은 위기를 낳았고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 지표는 더는 ‘먹고사는 문제’와 연동되지 않는다. 그래도 ‘성장을 이룰 강한 지도자’의 기억은 살아남았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의 시간표”에 맞춰 “국가 전 구성원이 단결하는” 총동원체제를 선포했다. 박정희 정부는 ‘정권의 시간표’에 맞췄다는 것이 다를까, ‘우리의 시간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재벌을 위한 총동원, 숫자만 내세우는 총동원이라는 점에서는 판박이다. 인공지능 투자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왜 우리 운명을 인공지능에 맡겨야 하느냐 질문할 자리는 없다. 살림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자본에 동원된다.
버려진 사람들은 기억되지 않았다.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여성노동자, 양구 댐 수몰지역의 주민들, 농가부채에 짓눌린 농민들… 저항하는 이들은 방해꾼이 될 것이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 물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농민, 원전과 송전탑을 이고 살지 않겠다는 주민들, 인공지능에 정보든 암묵지든 넘겨주지 않겠다는 사람들… 대체불가한 삶들을 지우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구호가 아찔하다.
민주주의 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경제발전을 더 선호하는 결과를 보였다. 경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나라들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례적 현상이다. 지난해, 30년 만에 민주주의에 대한 선호가 경제발전을 앞질렀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사태를 겪은 후의 변화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적 불안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권위주의에 대한 기대로 쏠리는 세계적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 앞에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민주주의가 성장에 밀리지 않도록 지키는 일, 동시에 민주주의야말로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성장의 허상으로부터 탈환할 길임을 확인해가는 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광주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메가프로젝트는 밥 먹여주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반도체로 보상될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밥 지을 방법을 우리가 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우리의 땅, 물, 전기, 시간, 노동이, 광풍에 쓸려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포스코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재차 판단했다. 포스코의 사내 하청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22년부터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은 16일 오전 10시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241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정년을 넘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에 대해서 원심의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도 하청 노동자 137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원고 김모씨 등 568명은 포스코 협력업체 소속으로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원로 하역 및 적치 작업, 코크스로 설비 보수·관리 작업, 크레인 운전 등 업무를 했다. 이들은 2018년과 2021년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들 중 소를 취하하지 않은 378명이 이날 상고심 판단을 받았다.
쟁점은 포스코와 협력업체 직원들 사이에 파견 관계가 성립하는지였다.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포스코와 협력업체 직원들 사이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포스코가 협력업체의 인사 노무, 경영 전반 등을 평가했고 작업표준서를 만들어 협력업체 직원들이 수행해야 할 작업의 순서와 방법을 정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포장 업무를 담당한 포스코엠텍 직원 4명에 대해서는 “포스코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패소 판결했다. 포스코엠텍이 독자적 기술을 보유했고 작업표준서와 작업사양서를 작성할 때도 포스코엠텍에 의존했을 것이라 봤다.
대법원은 이날 근로자성이 인정된 노동자들과 관련해 “피고의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해 피고와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년이 지난 5명에 대해선 직접 소를 각하했다.
승소가 확정된 원고 중 2006년 파견법 개정 전 사용 기간 2년을 초과한 이들은 근로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나머지는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 포스코는 이날 판결 직후 “당사는 법원의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관련 후속 절차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들은 2011년부터 불법 파견 소송을 이어왔다. 직원 총 59명이 2011·2016년 각각 제기한 1·2차 소송은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확정됐다. 2017년 제기된 3·4차 소송에선 대법원이 지난 4월 215명에 대해 원고 승소를 확정했고, 포스코엠텍 직원 7명은 원고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아프리카 올스타팀.”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을 향한 조롱이 올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떠돌았다. 이번에는 마리아노 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까지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최근 일간 엘 데바테 기고문에서 프랑스팀을 두고 “매우 수준 높은 팀이다. 다만 프랑스인은 없다”고 썼다. 아프리카계 뿌리를 가진 선수들이 많다는 이유로 프랑스 대표팀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프랑스 정계와 언론은 즉각 반발했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현지 언론은 “인종차별적 폭언”이라고 규정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까지 나서 라호이 전 총리의 발언이 “외국인 혐오”라고 비판했다.
국적을 둘러싼 차별적 발언은 다른 곳에서도 이어졌다. 파라과이 축구팀이 프랑스에 패하자 파라과이 상원의원 셀레스트 아마리야는 킬리안 음바페를 향해 “프랑스인 행세를 하는 식민지화된 카메룬인”이라고 적었다. 음바페의 아버지가 카메룬 출신이라는 이유였다.
사실 이 논쟁은 새롭지 않다. 1998년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가 월드컵을 들어 올렸을 때도, 2018년 음바페의 프랑스가 우승했을 때도 대표팀의 국적과 정체성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이번 프랑스 대표팀 26명 가운데 프랑스 밖에서 태어난 선수는 단 세 명뿐이다. 영국 런던 출생의 마이클 올리세, 이탈리아 출생의 마르퀴스 튀랑,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태생의 브리스 삼바가 전부다. 나머지 23명은 모두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음바페 역시 1998년 파리 북동부 교외 도시 본디에서 태어나 자랐다. 프랑스 학교에 다녔고 프랑스어를 쓰며 프랑스 국가를 부른다. 그럼에도 그의 피부색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국적 검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랑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 월드컵은 유독 국기보다 선수들의 이력서가 더 복잡한 대회였다. 그 중심에는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국제축구연맹(FIFA)에 전화를 걸어 출전 정지 재검토를 요청하며 정치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선수이기도 하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퇴장으로 벨기에와의 16강전 출전이 불가능해졌지만 FIFA가 이례적으로 징계 집행을 유예하면서 결국 그라운드를 밟았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벨기에 축구협회가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던 바로 그 선수다.
그런데 그의 이력은 더 흥미롭다. 미 스포츠 매체 ESPN에 따르면, 발로건은 2001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라지 않았다. 부모는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당시 런던에 살던 어머니는 임신한 상태로 뉴욕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귀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항공사가 임신 후기 산모의 탑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발로건은 예정에 없던 미국 출생자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갔고, 발로건은 영국에서 성장했다. 축구 역시 아스널 유소년 시스템에서 배웠다. 유소년 시절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각 연령대 대표를 두루 거쳤다. 한때는 미래의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후보로도 꼽혔다.
그런데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유니폼은 미국이다. 이런 선택이 가능한 건 FIFA 규정 덕분이다. 선수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뿐 아니라 부모나 조부모의 국적 국가 대표팀도 선택할 수 있다. 연령별 대표팀 경력만으로 국가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공식 A매치 출전 요건 등을 충족하지 않았다면 대표팀 변경 역시 가능하다.
한국 대표팀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옌스 카스트로프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독일과 한국을 오갔고,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말해왔다. 독일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지만 결국 태극마크를 달았다.
다양한 뿌리를 가진 디아스포라 선수들은 이제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대표팀을 향한 “아프리카 올스타팀”이라는 조롱은 어쩌면 변화한 세계보다 우리의 시선이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이민자 인구는 전체 인구의 11%를 넘어섰다. 지금의 프랑스 대표팀은 낯선 프랑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프랑스 사회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축구 칼럼니스트 사이먼 쿠퍼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제 국가보다 세계화를 더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했다.
특히 프랑스 축구의 심장은 오래전부터 파리와 마르세유 외곽의 방리외에서 뛰고 있었다. 이민자 가정이 밀집한 노동자 지역의 공터와 축구장에서는 지단이 공을 찼고, 포그바가 꿈을 키웠으며, 음바페가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프랑스 사회가 때로는 이민자들을 변방으로 밀어냈지만, 프랑스 축구는 그 변방에서 가장 빛나는 재능들을 길어 올렸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이끌고 현재 반인종차별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릴리앙 튀랑은 “축구가 인종차별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누가 프랑스인인지 판단하는 우리의 시선을 바꿀 수는 있다”고 했다.
무대를 우리 삶의 생태계로 옮겨서 보면 어떨까? ‘삼전닉스’가 역대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코스피 지수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2000년 이후 실업률은 최고를 기록했고 실질임금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명을 넘겼고 폐업률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과 전월세가 들썩여 불안해졌고, 금리를 인상한다는 소식에 빚 갚을 일이 아득해졌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추락하고 있었다.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다. 격차가 심화되도록 틀 지워진 구조를 바꾸는 일이 늘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낳고 있다. 창원-기계, 거제-조선 같은 이름처럼 광주-반도체, 새만금-로봇 같은 이름을 얻으면 균형발전이 가능해질 것처럼 상상된다. 지역을 자본에 안기느라 쫓겨난 사람들, 불황의 늪에 빠져 떠나는 사람들은 그 이름 안에 없다. 게다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압도적 규모의 물과 전기를 먹어치우며 내놓는 일자리는 제조업의 절반도 안 된다. 호황이 인들 지역이 윤택해지기 어렵다. 기업 투자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지역에 그나마 남은 자생력까지 자본에 먹힐 것이다.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을 쓰겠다 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도약의 기억을 재현하고 싶은 듯하다. 연평균 10%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인당 국민소득이 20배 늘어난 시기. 지표만이 아니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실질임금이 오르는 등 삶에 체감되는 변화가 있었다. 덕분에 그는 ‘독재는 했지만 경제는 잘한’ 인물로 기억된다. 그가 경로화한 경제구조는 후일 크고 작은 위기를 낳았고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 지표는 더는 ‘먹고사는 문제’와 연동되지 않는다. 그래도 ‘성장을 이룰 강한 지도자’의 기억은 살아남았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의 시간표”에 맞춰 “국가 전 구성원이 단결하는” 총동원체제를 선포했다. 박정희 정부는 ‘정권의 시간표’에 맞췄다는 것이 다를까, ‘우리의 시간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재벌을 위한 총동원, 숫자만 내세우는 총동원이라는 점에서는 판박이다. 인공지능 투자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왜 우리 운명을 인공지능에 맡겨야 하느냐 질문할 자리는 없다. 살림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자본에 동원된다.
버려진 사람들은 기억되지 않았다.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여성노동자, 양구 댐 수몰지역의 주민들, 농가부채에 짓눌린 농민들… 저항하는 이들은 방해꾼이 될 것이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 물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농민, 원전과 송전탑을 이고 살지 않겠다는 주민들, 인공지능에 정보든 암묵지든 넘겨주지 않겠다는 사람들… 대체불가한 삶들을 지우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구호가 아찔하다.
민주주의 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경제발전을 더 선호하는 결과를 보였다. 경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나라들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례적 현상이다. 지난해, 30년 만에 민주주의에 대한 선호가 경제발전을 앞질렀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사태를 겪은 후의 변화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적 불안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권위주의에 대한 기대로 쏠리는 세계적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 앞에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민주주의가 성장에 밀리지 않도록 지키는 일, 동시에 민주주의야말로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성장의 허상으로부터 탈환할 길임을 확인해가는 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광주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메가프로젝트는 밥 먹여주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반도체로 보상될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밥 지을 방법을 우리가 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우리의 땅, 물, 전기, 시간, 노동이, 광풍에 쓸려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포스코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재차 판단했다. 포스코의 사내 하청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22년부터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은 16일 오전 10시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241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정년을 넘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에 대해서 원심의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도 하청 노동자 137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원고 김모씨 등 568명은 포스코 협력업체 소속으로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원로 하역 및 적치 작업, 코크스로 설비 보수·관리 작업, 크레인 운전 등 업무를 했다. 이들은 2018년과 2021년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들 중 소를 취하하지 않은 378명이 이날 상고심 판단을 받았다.
쟁점은 포스코와 협력업체 직원들 사이에 파견 관계가 성립하는지였다.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포스코와 협력업체 직원들 사이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포스코가 협력업체의 인사 노무, 경영 전반 등을 평가했고 작업표준서를 만들어 협력업체 직원들이 수행해야 할 작업의 순서와 방법을 정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포장 업무를 담당한 포스코엠텍 직원 4명에 대해서는 “포스코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패소 판결했다. 포스코엠텍이 독자적 기술을 보유했고 작업표준서와 작업사양서를 작성할 때도 포스코엠텍에 의존했을 것이라 봤다.
대법원은 이날 근로자성이 인정된 노동자들과 관련해 “피고의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해 피고와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년이 지난 5명에 대해선 직접 소를 각하했다.
승소가 확정된 원고 중 2006년 파견법 개정 전 사용 기간 2년을 초과한 이들은 근로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나머지는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 포스코는 이날 판결 직후 “당사는 법원의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관련 후속 절차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들은 2011년부터 불법 파견 소송을 이어왔다. 직원 총 59명이 2011·2016년 각각 제기한 1·2차 소송은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확정됐다. 2017년 제기된 3·4차 소송에선 대법원이 지난 4월 215명에 대해 원고 승소를 확정했고, 포스코엠텍 직원 7명은 원고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아프리카 올스타팀.”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을 향한 조롱이 올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떠돌았다. 이번에는 마리아노 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까지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최근 일간 엘 데바테 기고문에서 프랑스팀을 두고 “매우 수준 높은 팀이다. 다만 프랑스인은 없다”고 썼다. 아프리카계 뿌리를 가진 선수들이 많다는 이유로 프랑스 대표팀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프랑스 정계와 언론은 즉각 반발했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현지 언론은 “인종차별적 폭언”이라고 규정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까지 나서 라호이 전 총리의 발언이 “외국인 혐오”라고 비판했다.
국적을 둘러싼 차별적 발언은 다른 곳에서도 이어졌다. 파라과이 축구팀이 프랑스에 패하자 파라과이 상원의원 셀레스트 아마리야는 킬리안 음바페를 향해 “프랑스인 행세를 하는 식민지화된 카메룬인”이라고 적었다. 음바페의 아버지가 카메룬 출신이라는 이유였다.
사실 이 논쟁은 새롭지 않다. 1998년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가 월드컵을 들어 올렸을 때도, 2018년 음바페의 프랑스가 우승했을 때도 대표팀의 국적과 정체성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이번 프랑스 대표팀 26명 가운데 프랑스 밖에서 태어난 선수는 단 세 명뿐이다. 영국 런던 출생의 마이클 올리세, 이탈리아 출생의 마르퀴스 튀랑,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태생의 브리스 삼바가 전부다. 나머지 23명은 모두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음바페 역시 1998년 파리 북동부 교외 도시 본디에서 태어나 자랐다. 프랑스 학교에 다녔고 프랑스어를 쓰며 프랑스 국가를 부른다. 그럼에도 그의 피부색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국적 검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랑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 월드컵은 유독 국기보다 선수들의 이력서가 더 복잡한 대회였다. 그 중심에는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국제축구연맹(FIFA)에 전화를 걸어 출전 정지 재검토를 요청하며 정치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선수이기도 하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퇴장으로 벨기에와의 16강전 출전이 불가능해졌지만 FIFA가 이례적으로 징계 집행을 유예하면서 결국 그라운드를 밟았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벨기에 축구협회가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던 바로 그 선수다.
그런데 그의 이력은 더 흥미롭다. 미 스포츠 매체 ESPN에 따르면, 발로건은 2001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라지 않았다. 부모는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당시 런던에 살던 어머니는 임신한 상태로 뉴욕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귀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항공사가 임신 후기 산모의 탑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발로건은 예정에 없던 미국 출생자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갔고, 발로건은 영국에서 성장했다. 축구 역시 아스널 유소년 시스템에서 배웠다. 유소년 시절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각 연령대 대표를 두루 거쳤다. 한때는 미래의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후보로도 꼽혔다.
그런데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유니폼은 미국이다. 이런 선택이 가능한 건 FIFA 규정 덕분이다. 선수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뿐 아니라 부모나 조부모의 국적 국가 대표팀도 선택할 수 있다. 연령별 대표팀 경력만으로 국가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공식 A매치 출전 요건 등을 충족하지 않았다면 대표팀 변경 역시 가능하다.
한국 대표팀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옌스 카스트로프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독일과 한국을 오갔고,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말해왔다. 독일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지만 결국 태극마크를 달았다.
다양한 뿌리를 가진 디아스포라 선수들은 이제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대표팀을 향한 “아프리카 올스타팀”이라는 조롱은 어쩌면 변화한 세계보다 우리의 시선이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이민자 인구는 전체 인구의 11%를 넘어섰다. 지금의 프랑스 대표팀은 낯선 프랑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프랑스 사회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축구 칼럼니스트 사이먼 쿠퍼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제 국가보다 세계화를 더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했다.
특히 프랑스 축구의 심장은 오래전부터 파리와 마르세유 외곽의 방리외에서 뛰고 있었다. 이민자 가정이 밀집한 노동자 지역의 공터와 축구장에서는 지단이 공을 찼고, 포그바가 꿈을 키웠으며, 음바페가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프랑스 사회가 때로는 이민자들을 변방으로 밀어냈지만, 프랑스 축구는 그 변방에서 가장 빛나는 재능들을 길어 올렸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이끌고 현재 반인종차별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릴리앙 튀랑은 “축구가 인종차별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누가 프랑스인인지 판단하는 우리의 시선을 바꿀 수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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