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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좋아요 늘리기 복직 후에도 이어진 2차 가해…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 “회사는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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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숭
1시간 23분전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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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좋아요 늘리기 “사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조용히 회사 다니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대한항공 직원 장유정씨(가명)는 5년간의 소송과 2년간의 휴직 끝에 지난해 회사에 복귀했다. 2017년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2019년 회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대한항공은 가해자를 징계 없이 퇴직시켰다. 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2020년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5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2024년 11월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대한항공이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에게 1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사용자의 보호 의무를 폭넓게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이었다.
중증 우울증 산재를 인정받아 휴직한 장씨는 지난해 4월 회사로 돌아왔다. 당초 사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를 지원하는 고충 처리 업무를 희망했지만 회사는 사전 협의된 업무와 다른 부서에 배치했다. 부서장은 복직 전부터 장씨에 대해 “회사와 분쟁해온 사람” ”조직에 대한 불신 가능성이 큰 사람“이라고 말했다. 복귀 이후에도 단체대화방에서 배제하는 등 2차 가해가 이어지자 장씨는 결국 지난 16일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씨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6일 장씨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복직 과정과 복직 이후 겪은 일을 설명해달라.
”회사에서는 먼저 연락해온 적이 없고 복직 절차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서울여성노동자회의 도움을 받아 인사부와 접촉했다.
처음에 성희롱·성폭력이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지원하는 업무를 희망한다고 회사에 말했다. 사건 자체보다 신고 과정과 소송, 2차 가해 때문에 더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는 ‘성폭력 트라우마가 다시 올라오면 어떡하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 지원과 비슷한 일을 하는 부서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이후 회사가 제안한 부서로 가기 위해 부서장과 면담을 했다. 면접은 업무보다 평가와 검증에 가까웠다. ‘회사와 길게 분쟁해 정서적으로 회사와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 ‘기본적으로 상처가 있고 조직에 대한 불신 가능성이 큰 사람’ ‘3개월은 지나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직원들의 시선이 정리될 것’ ‘나는 여럿 잘라봤다’ ‘나의 철학과 가치관에 동참하지 않으면 받아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사상검증을 받는 느낌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바로 신경안정제를 먹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출근 첫날에는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부서장 방으로 불려갔다. 직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네 기사 잘 봤다’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단체 대화방에서도 배제됐다.”
-왜 회사에 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나.
“힘든 법정 다툼이 끝났으니 4~5년만 조용히 다니다 퇴직하자는 생각이었다. 노무사에게 상담했을 때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당시에는 다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두려웠다.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부서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니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떤 부서를 희망하는지 밝히기도 전에 회사가 먼저 특정 부서를 제안했고, 결과적으로 그곳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월 부서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면접 과정과 복귀 첫날 있었던 발언들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회사는 부서원 40여명 전체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그것도 ‘부서장의 발언이 2차 가해로 느껴졌는지’ 묻는 방식으로 진술서를 받았다고 한다.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비밀 유지가 중요한데, 조사 과정에서 오히려 신고 사실이 알려졌다. 회사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왜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고 보나.
“민사소송 과정에서 재판부가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전수조사를 권고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사할 게 아니라 외부 기관을 통해 조직문화를 객관적으로 검증받아보라는 취지였다. 저 역시 회사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면 소송을 취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회사는 전수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재판으로 갔다.
제 손해배상액은 1800만원에 불과했는데 회사는 대형 로펌까지 선임했다. ‘땅콩 회항’ 박창진 사무장도 고립돼 있다 회사를 나갔다. 회사가 한 번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에게 ‘회사와 갈등을 겪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딸이 용기를 줬다. 제가 소송하고 아프고 힘들어하는 과정을 다 보고 자란 아이다. 이번에 다시 진정을 준비하면서 ‘엄마는 숨고 싶다’고 했는데, 딸이 ‘엄마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나서게 된 이유다.”
장씨는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진정을 제기했다. 장씨를 대리하는 김유경 노무사는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는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한항공은 조직문화 전반을 점검하고 노동부도 시정지시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장씨의 진정서 제출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별도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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