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부인과 진료 안 보는 산부인과 의사들···고위험 분만 병원은 인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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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산부인과 전문의 가운데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일반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인원은 2023년 1317명에서 2025년 1384명으로 67명 증가했다. 전공의 수련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지만 산부인과 대신 검진이나 시술 등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의원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전문의 증가는 내과(83명), 산부인과(67명), 응급의학과(65명) 순으로 많았다. 이른바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치료하는 지역 거점병원은 제 기능을 위협받을 정도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가운데 11곳이 정부가 정한 산과 전문의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지역에서 24시간 고위험 산모 분만과 신생아 집중치료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정부 지침상 산과 전문의 4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충북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산과 전문의가 각각 1명뿐이었고, 고려대안암병원·아주대병원·가천대길병원·단국대병원·인제대해운대백병원은 2명에 그쳤다.
24시간 진료체계를 유지하려면 교수진뿐 아니라 전공의와 전담전문의 등 다층적인 인력 구조가 필요하지만, 신생아 진료를 맡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도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가운데 17곳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거나 1명뿐이었다. 현재의 진료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 고위험 신생아 진료를 이어갈 후속 인력 양성 기반도 취약한 실정이다.
고위험 신생아를 지역 내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거점 의료기관인 지역모자의료센터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전국 33곳 가운데 25곳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었고, 나머지 기관도 대부분 1~2명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권역모자의료센터에 연간 6억원의 운영비와 NICU 병상 유지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산과 의사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 지원만으로는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시간 당직과 응급수술, 높은 의료사고 소송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근무 환경 때문에 젊은 의사들의 기피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고위험 분만과 권역 모자센터 근무는 업무 강도가 높고 법적 부담도 크다”며 “근무 강도 조절, 법적 보호, 교육·경력 인센티브,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을 포함한 패키지 접근이 병행돼야 젊은 의사들이 이 분야를 진지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청주 사건 이후 병원 간 전원체계와 분만 취약지 대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선민 의원은 “고된 업무와 의료소송 부담으로 대형병원 의사들이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병원에서는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복지부는 단순한 수가 인상에 그치지 말고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보수 표심이 결집해 선거판 전체에 바람을 일으킨다는 의미의 동남풍은 실제로 불고 있을까. 최근 주요 여론조사 기관 발표를 보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고, 6·3 지방선거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을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높아지는 등 일부 보수 결집 움직임이 나타났다.
다만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이와는 다른 흐름도 포착돼 영남권 전체에서 일관된 보수 결집 흐름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지방선거에서 동남풍이 형성될지를 두고는 엇갈린 전망을 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선거를 앞두고 보수 결집이 시작된 것으로 볼 만한 흐름이 확인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67%로 2주 전인 지난달 20~22일 실시한 같은 조사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 대구·경북에서는 62%로 직전 조사 대비 4%포인트 하락해 전국 평균치보다 하락 폭이 컸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됐다. 최근 2주 사이 NBS 결과 대구·경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8%포인트 상승해 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 전국 평균치는 3%포인트 상승한 18%였다.
NBS에서 6·3 지방선거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답변은 대구·경북에서 2주 전 조사보다 5%포인트 상승한 43%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2%포인트 상승(30→32%)보다 상승 폭이 컸다.
7일 발표된 일부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여야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보수결집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리서치랩이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대구 거주 804명 대상)에서 대구시장 선거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40% 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41%로 오차범위(±3.5%포인트)내에서 초접전 중이었다. 같은 기관이 경남 거주 8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남지사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김경수 민주당 후보 44%,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 38%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반면 영남권 내에서도 부산·울산·경남은 대구·경북과 다소 상이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동남풍으로 통칭해 부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최근 2주 사이 NBS 결과를 보면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40%에서 49%로 9%포인트 올랐지만, 국민의힘은 2%포인트 하락한 18%의 지지율을 보였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직전 조사 대비 4% 상승한 52%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한국갤럽이 지난달 21~23일(4월4주차)과 지난달 28~30일(4월5주차) 각각 조사한 결과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보수 결집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이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41%에서 37%로 4%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3%에서 29%로 6%포인트 상승했다.
송미진 엠브레인퍼블린 여론조사부서장은 “전국 단위의 조사를 지역별로 나누어 분석할 경우 사례 수가 적어 오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결집했다고 할 만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무당층이 감소하며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자리 잡는 전형적인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근 2주 사이 NBS 결과에서도 무당층(모름·무응답 포함) 비율은 대구·경북이 35%에서 29%로, 부산·울산·경남은 35%에서 28%로 각각 6%와 7%포인트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확산하는 동남풍 효과가 본격화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했다. 이강윤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대구·경북의 보수 표심 결집은 원래 성향의 재결집으로 바람을 일으킬 요소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선거에 이길 것이란 전망 자체가 영남 지역 보수가 결집하는 요인”이라며 “공소취소를 가능하게 하는 특검법 논란이 결집의 방아쇠일 수 있고, 민주당의 말 실수 리스크도 보수적인 영남에는 막판 변수”라고 말했다.
주주 이익 극대화를 최우선에 둔 ‘주주 자본주의’는 어떤 미래를 불러올까. 투자의 관점을 넘어서서, 주주 자본주의는 장기적으로 기업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국가 산업 생태계를 어떤 모습으로 바꿔 나갈지를 모색해보고자 세 명의 전문가들을 만났다.
첫번째로 장하준 런던데 경제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어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인터뷰를 차례로 싣는다.
장하준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63·사진)는 상법 개정안 등 증시 부양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현 정부를 향해 “주식 시장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히려 일자리·복지 같은 ‘좋은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잠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교수는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진출 등도 “그때 만약 지금 같은 식의 주주 자본주의를 따랐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며 “주주 자본주의가 극단적인 형태로 흐르지 않도록 자사주 소각 의무화 철폐, 장기 주주에게 의결권을 더 주는 테뉴어 보팅 도입 등 제도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주 자본주의 때문에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과거부터 재벌 기업과의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해 온 장 교수는 국내 법·제도가 기업의 일탈을 처벌하기 보다는 ‘어떻게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상법은 ‘주주 환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3번 개정됐다.
“지금까지 한국의 재벌 가문들이 주식 시장을 악용해 온 데다 주주들한테 분배를 너무 안 했던 측면이 있으니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건 좋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주 환원율이 늘어나다 보면, 주식 시장 주요 기능인 기업의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이 없어진다. 자사주 매입의 유일한 기능은 주가를 올리는 기능밖에 없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기업 경영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지 않나. 특히 미국처럼 빚을 내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행위는 알짜 기업의 속을 빼먹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에서는 어떤가.
“미국은 1982년 관련 제도가 합법화된 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대폭 늘었다. 보잉은 1998년부터 20년 동안 이윤의 120%를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번 돈보다도 더 많이 돌려줬다. 회사의 알짜를 빼먹은 결과 지금 보잉은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망신당하고 있지 않나. 교과서에는 ‘주식 시장은 사람들의 돈을 모아서 기업에게 공급하는 장치’라고 적혀 있다. 그게 아니라 현금 자동인출기가 된 거다. 사실 주주 자본주의 때문에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온 것이다. 주주들이 기업들에게 단기적 시야에서의 경영을 강요한다. 조금 위험하다 싶은 투자를 못 하게 한다.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국내 투자는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주주들에게 환원한 결과 중국 등 아시아로 일자리가 빠져나갔다.”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인 곳으로 돈이 흐르게 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목표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돈을 부동산에서 빼서 주식 시장으로 옮기고 AI 도움을 받아서 현명한 투자를 하면 노후가 보장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중점을 ‘머니 무브’에 두다 보니 한국의 근본적인 사회복지 미비, 계층 이동성 저하의 문제에서 초점을 비껴가고 있다. 주식시장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주택 문제는 사회 간접자본에 투자하는 등 주택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커지자 주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회사가 주주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이 강하니까 그렇다. 그러나 주주들 생각도 다 똑같지 않다. 한 개인 안에서도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노동자이자 소비자이자 주식 투자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노동자인데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고 삼성전자 물건을 쓰는 사람은,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 가격이 비싸다.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그러면 이윤이 줄어든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쁜 거다.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왜 노조한테 돈을 주느냐’라고 할 수 있지만 결국 본인의 월급을 깎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논리를 국가 전체로 넓혀 보면, 개인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논의는 ‘어떻게 해야 나와 내 가족이 장기적으로 이 사회 안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느냐’로 흘러야 한다. 시민의 요구와 권한, 세금과 복지 혜택의 이야기로 흘러야 한다. 지금은 너무 주식시장과 주주의 권한에 몰입해 있다.”
-‘소액 주주 권리’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소액 주주라는 단어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돈 많은 재벌들이 주식 10주 정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프레임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주주 자본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런 일반 시민 주주가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외국 헤지펀드가 대부분이다. 단지 지배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액 주주로 분류되는 것 뿐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계열사들끼리 자금 지원하는 행위도 제한한다.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계속 신산업을 발굴하려면 기업 집단 내에서 산업을 유치하고, 보호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처럼 돈이 철철 넘쳐나는 나라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으로 개발하는 걸 어렵게 만들어버린다면, 그나마 있는 돈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다면 무슨 돈으로 신사업을 개발하나.”
-지배주주·재벌의 편법과 전횡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지 않나.
“과거에 재벌들이 스웨덴 발렌베리 집안처럼 세금도 더 많이 내고 사회에 환원하는 대가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제도적으로 도움을 주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워낙 한국 재벌들이 국민들한테 밉보일 행동을 많이 했다. 국민들이 미워하는 건 당연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삼성·현대 같은 기업들이 없으면 한국이 지금 선진국 대접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런 기업들이 미국의 단기 경영자들처럼 배당 잔치하고 주가를 띄우는 데 몰두하면 한국 경제는 망하는 거다.”
-재벌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편법을 잡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할까’에 초점을 둔다고 느껴진다.
“맞다. 정부의 최종 목표는 어떻게 하면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할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정의선 승계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가 됐다. 일감 몰아주기는 한국 재벌만 하는 게 아니다. 계열사를 만들어서 함께 운영할 때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 그런 구조를 택하는 기업들이 많다. 좁은 주주의 시각에서 보면 현대차가 차 만드는 회사인데 왜 물류와 철강 사업을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그런 수직계열화된 구조가 해외 진출 시 오히려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단순한 법리적 관점에서 ‘너희는 A사업 회사인데 왜 B를 하느냐’는 식으로만 볼 수는 없다.”
-주주 간섭으로부터 경영 활동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대부분 주주들은 단기 주주이고, 인덱스 펀드 형태로 투자하므로 개별 기업의 경영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없다. 예컨대 SK그룹의 SK하이닉스 인수 당시 주주들이 볼 때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이건 정말 좋은 기회’라며 단행할 수 있는 거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이후 10년을 계속 적자를 냈다. 그때 만약 지금 같은 식의 주주 자본주의를 따랐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 측면이 있지 않나.
“모든 건 손익이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었기 때문에 외국의 단기 주주들이 접근을 잘 안 했고,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장기적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이 재벌 체제의 구시대적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미국 등 해외 기업들도 그에 버금가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외국 투자자들이 대한항공 딸이 이상한 짓을 했다고 해서 돈을 안 넣겠나. 많이 준다면 아무 상관없다. 순수히 금융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 1억 달러를 넣으면 기껏해야 1000만 달러를 빼올 수 있고, 미국 기업에선 3000만~4000만 달러를 빼올 수 있다면 어디다 넣겠나. 그래서 디스카운트가 생기는 거지 다른 이유가 아니다. 현대차가 완전히 주니어 기업이었을 때부터 주주 중심으로 경영하게 했으면 지금 같은 기업이 나왔겠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었던 게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거라고 생각한다.”
-제도적 대안이 있나.
“과장해서 말하면,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게 꼭 좋은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 해소를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해야 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은 주주들이 돈 빼가기 쉽게 만들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거다. 그러나 재벌 기업 세대가 교체되고 전문 경영인들이 들어오면서 20~30년 후에 한국도 미국처럼 주주환원율이 90%가 되는 날에는 나라가 망하는 거다. 최소한의 제도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차등의결권이 됐든, 테뉴어 보팅이 됐든, 장기 주주들에게 배당 프리미엄을 주든. 예컨대 3년 보유하면 배당을 15% 더 주고 5년 보유하면 30% 더 주는 식으로 장기 보유를 권장하는 방법도 있다. 자사주 매입에 상한선을 두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철폐하고,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주식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직장도 있고 소비자이기도 하고 납세자이기도 하다는 거다. 그런 걸 다 균형 있게 생각해야 한다. 결국 사회적인 제도를 통해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그게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도로에) 신호등이 있고 과속 방지턱도 있고 속도 제한도 있는 것처럼 금융시장에도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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