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가 떴다, 다들 긴장!”…아마존 밀림의 ‘공습 경보 시스템’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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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취리히) 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열대 밀림에서 사는 특정 새들이 천적 출현을 알리는 경보음을 주변에 발신한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 지난주 공개했다.
연구진이 탐구한 곳은 페루 영토에 속한 아마존 밀림이다. 이곳에서 연구진은 작은 새, 즉 몸무게가 100g 미만인 소형 조류들이 매가 출현했을 때 요란하게 지저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장 열심히 지저귄 새는 ‘검은이마수녀새’와 ‘흰이마수녀새’였다. 경보 전달 역할의 56%를 이 두 새가 맡았다.
그런데 연구진은 이런 소형 조류들이 단순히 매의 출현에 놀라 비명을 지르듯 마구잡이로 지저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고대와 중세 인류가 봉화를 올려 적의 침공을 알렸듯 소형 조류들은 지저귀는 소리를 주변 동료들에게 릴레이식으로 전파한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경보 체계에 편입된 소형 조류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는 점이다. 서식하는 위치가 대부분 나무 꼭대기였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나무 최상단은 매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경보를 주변에 전달하는 일은 자신과 동료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나무 하단에 사는 새들은 다르다. 빽빽한 나뭇가지와 잎이 매에게서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천연 바리케이드’가 된다. 이 때문에 나무 하단에 사는 새들은 대부분 경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밀림의 나무 최상단에 서식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통신 체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알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경향] 4월 21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점 ‘초록마을’ 매장. 단골 주모씨(41)가 매장에 진열된 메추리알 장조림을 집어들었다. “어머니, 그거 1팩에 6500원인데, 지금 25% 할인 행사 중이라서, 4850원이에요.” 주씨는 점원 말을 듣고는 2팩을 더 챙겼다. 이날 그는 메추리알 장조림 3팩(1만4550원), 초란 10알(5300원), 찹쌀 핫도그 1팩(9900원), 두부 반모(1800원) 등 총 3만1500원어치를 샀다. 모두 국산 유기농 제품이다.
묵직한 장바구니를 집어들며 주씨가 말했다. “큰 애가 여덟 살인데, 이유식 만들 때부터 왔으니 벌써 7~8년이 됐네요. 가격이 살짝 높긴 해도 아이들이 여기 달걀이랑 메추리알 아니면 안 먹거든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와요.”
언뜻 평온해 보이는 동네 슈퍼마켓의 일상이지만, 이 풍경은 사실 ‘기적’에 가깝다. 현재 초록마을은 법정관리, 즉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부도 위기 기업이기 때문이다. 통상 회생 절차에 들어간 유통업체는 납품대금 미지급을 우려한 업체들이 공급을 끊으면서 매대가 빠르게 비어간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 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일부 매장에서는 빈 매대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초록마을 장안점 역시 지난해 1~7월 매대가 군데군데 비는 공급 차질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의 진열대는 가득 차 있다. 단골들은 여전히 장을 보고, 납품업체들은 계속 물건을 보내고 있다. 주간경향은 이 평온한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무리한 인수, 무너진 매장
초록마을은 2002년 서울 마포에 첫 매장을 낸 뒤, 불과 2년 만에 가맹점과 직영점을 합쳐 전국 매장을 200개까지 늘리며 몸집을 불렸다. 장안점도 그 무렵 문을 열었다. 동대문시장에서 의류 수출업을 하던 이혜숙씨(55)는 2005년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장안점 고객이었다. 이듬해 점주가 가게를 내놓자 직접 매장을 인수했다. 그는 지금도 인근 사무실에서 의류 사업을 병행하고, 장안점 매장은 직원들에게 맡겨 운영한다.
지난 20년 동안 장안점 주변 상가는 끊임없이 바뀌었다. 매장 옆 스파게티집은 생선가게로, 부동산은 밀키트 전문점으로, 서점은 마라탕집이 됐다. 수많은 가게가 생기고 사라지는 틈바구니에서도 장안점은 자리를 지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집밥 수요가 늘며 하루 매출 100만원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반면 본사는 2017년 매장을 470여개까지 늘리며 정점을 찍은 뒤 성장세가 꺾였다. 당시 대상그룹 자회사였던 초록마을은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온라인 신선식품 업체 공세에 높은 판관비(판매비·관리비) 구조가 겹치며 2018년부터 매년 30억~40억원대 적자를 봤다.
이런 초록마을을 2022년 인수한 곳은 IT 기술을 기반으로 갓 도축한 고기를 빠르게 유통하는 스타트업 ‘정육각’이었다. 당시 정육각은 매출이 400억원 안팎으로 초록마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250억~280억원대 적자를 내던 회사였다. 그럼에도 외부 투자금 등으로 580억원을 마련하고, 신한캐피탈에서 연 8.5% 금리로 320억원을 빌려 초록마을 지분 99.57%를 900억원에 인수했다. 자기 체급보다 훨씬 큰 회사를 외부 자금과 빚을 지렛대 삼아 인수한, 사실상의 ‘레버리지 인수’였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본사를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이전하고, 물류를 개선하겠다며 비용을 쏟아부었다. 온라인 새벽배송과 당일배송도 도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초록마을과 정육각 두 회사의 실적은 함께 악화했다. 초록마을 적자는 80억원대로 불어났고, 2024년부터는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밀렸다. 2025년 1월 일부 상품의 공급이 중단됐다. 매장에는 가공식품부터 비기 시작했다.
그해 설날을 앞두고 장안점에는 떡국 떡이 들어오지 않았다. 점주 이혜숙씨는 “그때만 해도 일시적인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6월이 되자 전체 상품의 절반 정도가 ‘결품’ 상태가 됐다. 옷장사를 겸업했으니 망정이지 안 했으면 매장 직원 월급도 못줄 뻔했다”며 “다른 가맹점주들과 함께 본사로 달려갔다. 본사가 납품업체에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공급이 중단된 걸 그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한때 100만원대를 유지하던 장안점 하루 매출은 4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나마 매출이 난 건 납품대금 미지급에도 몇몇 농산물 업체가 신선과일과 채소를 공급해준 덕분이었다.
빈 매대는 어떻게 채워졌나
초록마을 납품업체 250여곳 중 미지급 피해를 본 건 172곳이다. 이들이 받지 못한 상거래채권은 258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피해를 떠안은 곳은 미지급 사태에도 2025년 상반기에 물량을 거두지 않고 매일 신선과일을 공급한 농업법인 도담이다. 도담의 미수금은 32억원으로, 전체 상거래채권의 약 12%에 이른다. 전체 미정산 채권의 8분의 1가량을 도담 한 곳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도담은 왜 공급을 멈추지 않았을까. 도담은 초록마을 1호점 시절부터 거래해온 대표 협력업체다. 이원영 대표는 지난 4월 19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초록마을 성장 그래프와 도담의 성장 그래프가 거의 같다”며 “판로의 가장 큰 축인 초록마을이 무너지면 우리도 살길이 없다”고 말했다.
“엮인 사람이 너무 많아요. 농가는 매일 유기농 과일을 생산합니다. 대규모든, 소규모든 대부분 오랫동안 우리와 거래해온 분들이에요. 초록마을 매장 점주들도 상당수가 오랜 기간 운영하며 유기농 시장의 저변을 넓혀왔어요. 우리가 대금을 못 받는다고 매장 공급을 멈추고 농가로부터 과일을 받지 않으면 매장도 무너지고 농가도 무너집니다. 생산자와 판매자가 사라지면 유통회사인 우리도 존속할 수가 없죠.”
도담은 초록마을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지만, 그동안 쌓아둔 유보금으로 농가 대금을 먼저 지급했다. 도담을 통해 초록마을에 유기농 딸기를 납품하는 경북 고령의 농민 최영수씨(69)는 “도담과 20년 거래하면서 대금이 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도담의 이원영 대표가 ‘돈은 안 떼먹는다’고 했는데 실제 그랬다”고 말했다. “여기 딸기 농가 8곳이 초록마을로 상당한 물량을 보내요. 예전엔 초록마을에 납품한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했죠. 지금은 주변에서 ‘난파선에서 빠져나오라’고들 하지만, 그 배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초록마을 물량을 대체할 판로가 없어요.”
최씨 등 고령의 딸기 농가 8곳은 지난해 11월~올해 4월 생산한 딸기를 초록마을(도담)에 납품하면서 가격을 조율하지 않았다. “우리 농가가 도담과 초록마을의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초록마을이 어려우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마음으로 저쪽이 정하는 대로 따르자고 했죠. 올해 1월에는 우리가 먼저 초록마을에 딸기 할인 행사를 제안했어요. 납품 단가 걱정하지 말고 가격 낮춰서 팔라고요.”
국내 유기농 시장에서 초록마을은 가장 크고 안정적인 판로로 꼽힌다. 유기농 농가들은 한살림·아이쿱 같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매장이나 학교급식에도 농산물을 납품하지만, 생협 매장은 폐쇄성이 강하고 적지 않은 곳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학교급식도 납품 횟수가 일주일에 한두 번 수준인 데다 방학이 되면 납품이 중단된다.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산지유통센터(APC) 역시 대체 판로가 되기 어렵다. APC는 지역 농가들의 농산물을 모아 선별·포장해 대형마트 등에 판매하지만, 대체로 모양과 크기가 일정한 관행(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쓰는 기존 방식) 농산물을 취급한다. 모양이 들쭉날쭉한 유기농 농산물은 잘 받지 않는다.
판로가 막힌 농가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전국 농산물이 모이는 가락시장이다. 그러나 그곳도 크기와 모양 중심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구조여서, 오히려 유기농이 관행 농산물보다 낮은 값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영수씨의 말이다. “가락시장에 내보내봐도 가격은 별 재미가 없어요. 거기는 친환경 유기농이라고 값을 더 쳐주지 않거든요. 딸기는 고설 재배(허리 높이의 배지에서 배양액을 이용해 키우는 수경 재배)를 해야 크고 단단한데, 우리처럼 흙에서 키우는 유기농 딸기는 크지도 않고 쉽게 물러서 가격을 낮게 불러요. 가락시장으로 보내면 초록마을에 납품했을 때보다 20~30%는 덜 받아요.”
초록마을 인수에 뛰어든 납품업체들
초록마을은 2025년 7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일반적인 회생절차가 채무를 조정하며 기존 회사를 존속시키는 방식이라면, 초록마을은 미정산 상거래채권이 많아 법원이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추진 중이다. 새 인수자를 먼저 찾아 자금을 투입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채권 정리와 경영 정상화를 함께 도모하는 방식이다.
회생 개시 이전 납품업체와 초록마을의 거래에서 발생한 미정산 대금은 회생채권으로 묶여 회수가 불투명하지만, 이후 거래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우선 변제 대상이 된다. 공급을 이어갈 법적 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문제는 법보다 납품업체들의 불신이었다. 2025년 상반기 이후 매출이 줄며 초록마을의 현금흐름도 악화하자 납품업체들 사이에선 “도담은 어떻게 하기로 했대?”라는 말이 돌았다. 가장 큰 미수 피해를 본 도담의 선택을 모두가 지켜본 것이다.
도담의 이원영 대표는 공급 유지를 택했다. “적어도 더는 미정산 없이 거래할 수 있다고 봤어요. 우리가 과일 대부분을 넣고 있는데 과일이 빠지면 매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잖아요. 무엇보다 매장이 돌아가야 인수하겠다는 기업도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가장 많이 물린 업체가 나서자 다른 납품업체들도 뒤따랐고, 그렇게 빈 매대가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장안점 점주 이혜숙씨는 “지난해 8월부터 매대가 정상화했다. 아직 100%는 아니어도 80% 정도는 원상복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수자가 나타나느냐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삼일회계법인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1월 30일 기준 초록마을 청산가치는 122억원,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234억원으로 평가됐다. 회사를 살리는 것보다 정리하는 편이 재무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는 얘기다. 숫자는 청산이 낫다고 말하지만, 초록마을이라는 판로가 무너졌을 때 친환경 농업 생태계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그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한동안 인수자가 나오지 않았다가 지난해 9월 KK홀딩스가 초록마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신한캐피탈이 담보로 확보한 정육각의 초록마을 지분을 KK홀딩스에 50억원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320억원 채권을 50억원에라도 회수하려는 금융권의 손실 정리 시도였다. 그러나 거래는 미정산 피해를 본 납품업체들(상거래 채권단)의 반발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최종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 4월 8일 상거래 채권단은 직접 초록마을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 부실기업 정상화에 은행 등 금융 채권단이 나선 적은 많지만, 미정산 납품업체들로 이뤄진 상거래 채권단이 직접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상거래 채권단은 100억원에 초록마을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이는 임직원 급여·퇴직급여, 미지급 임차료, 조세 채권, 기타 채권 등 초록마을 인수를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장안점을 운영하는 이혜숙씨 등 일부 가맹점주도 여기에 참여했다.
4월 23일 현재 채권단과 일부 점주들이 10억원을 마련했고, 초록마을과 직접 관련이 없는 농업 분야 경영인 A씨와 B씨도 각각 10억원, 20억원을 조건 없이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40억원이 모였다. A씨는 “돈은 이렇게 쓰라고 있는 거지, 다 같이 살릴 수 있는 데 쓰는 게 제일 좋은 것 아니냐”고 했고, B씨는 “젊은 대표들이 초록마을 살리겠다고 뛰어다니는 걸 보며 나도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간경향이 실명 공개를 요청했지만 두 사람 모두 극구 사양했다.
법원이 정한 초록마을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일은 오는 5월 22일이다. 이 기한까지 채권단이 100억원 조달에 실패해 회생계획안을 내지 못하면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초록마을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는 얘기다.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초록마을 정상화가 가능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들은 과연 초록마을을 구출할 수 있을까.
[주간경향]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평등 의제가 좀처럼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2016년 강남역 10번출구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된 해이고, 12·3 불법계엄 후 탄핵광장에서 2030 여성들이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거대 양당 후보들 중 여성폭력 해결이나 성평등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지난 4월 21일 대구에서 ‘성평등 공약 선포식’을 연 정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서대문구의원에 출마한 황경산 정의당 예비후보(46)는 성평등 전문가를 표방하며 여성폭력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는 보기 드문 사례다. 지난 4월 22일 황 후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평등 의제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고, 어떤 배경에서 여성폭력 해결을 말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여성 후보자로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는 이번에 내란 청산을 확실히 해야 그 너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이 오히려 윤어게인과 손을 잡고 국민들의 분노를 계속 사고 있는데, 내란 청산을 확실히 해야 그 자리에 진보 개혁의 자리를 채울 수 있다. 두번째는 선거 때마다 여성과 페미니스트 지우기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 후 대선도 그랬고 지난 대선도 그랬다. 여성들은 항상 광장에 나와서 여성폭력을 해결하라고 외쳤지만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 ‘너희가 언제 있었냐’ 싶을 정도로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이 지워지기 일쑤였다. 대선이 시작되자마자 여성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언급은 없고 누구 한명 통쾌하고 속 시원한 정책 하나 내놓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여성폭력 없는 서대문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5·17(강남역 사건) 10주기가 된 해인데 현실의 폭력이 줄어들은 것도 아니고 여성의 불안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확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남양주의 교제폭력 사건, 문단계의 미투 피해자가 2차 피해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여성폭력과 여성정책을 어느정도 이야기하고 달라지고 있나도 봤다. 대통령은 직접 모든 이슈를 챙기고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데 당장 여성살인이나 여성폭력은 언급이 없다. 그나마 여성과 관련해 언급한 건 생리대 가격 문제였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 여성들이 강남역 사건을 10년동안 계속 기억하고 행동했던 이유가 있다. 이 사건은 그냥 한 명의 여성이 운이 안 좋아서 죽은 사건이 아니라 사회에 존재하던 여성폭력을 드러내고 모여서 싸워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 많은 여성들의 집단적인 행동과 투쟁, 왕성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지역에서 ‘강남역 10주기에 서대문에 살고 있는 여성들과 함께 참여하고 행동하고 싶다’고 알리는 활동도 하고, 디지털 성폭력 원샷 지원센터를 지역에 만들자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격)가 심해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정치인이 젠더와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성평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고민은 없었나.
“극우보수세력의 문제는 여성문제를 보면서 갈라치기와 혐오의 정서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정책을 이야기하면 (폭이) 좁아져’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남성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거야’ 이런 논리를 만들고 퍼뜨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이 그런 왜곡된 주장에 흔들리지 않고 민주주의와 성평등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본다.”
-2030 여성들이 탄핵광장에 적극 참여했는데 당시 광장의 의미가 정치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나.
“2030 여성들이 광장에서 외친 민주주의는 여성들의 삶을 지키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권 하에서 여성정책 퇴행이 가장 심각하게 이뤄진 동시에 n번방과 딥페이크 등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것들이 많았다. 성평등과 민주주의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여성들은 내란을 저지른 윤석열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서 나의 삶, 우리 여성의 삶을 지키려고 광장에 나왔던 것인데 이런 요구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왜 반영이 안될까.
“여성들은 변했는데 정치는 변하지 않고 제자리인게 문제다. 2030 여성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데 이걸 대하는 정치의 태도는 아직도 몇 십 년 전에 머물러있다. 여성들이 왜 남태령에 달려갔을까를 생각해봤을 때 차벽이 여성들에게는 세상이 세워둔 차별과 혐오의 벽, 갈등, 갈라치기의 벽을 상징했던 것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24시간 밤을 새면서 차벽을 걷어치우는 행동을 만들어낸 것이다. 여성들 스스로도 자기 옆의 여성들, 연대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나의 힘을 깨닫고 바꿔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차별금지, 성평등, 민주주의 같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했는데 문제는 지금 정치가 하나도 주워담지 못하고 있다.”
-여성 정치인이 이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공천 30%’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왜 그렇다고 보나.
“조사해보니 저희(정의당)는 30%가 넘었다. 후보자가 적은 것도 있지만 기초의원은 되고 광역단체장으로 갈수록 점점 비율이 떨어진다. 문제는 정당에서 여성 정치인을 ‘기용’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전면에서 열심히 싸울 때는 박수 쳐주다가 당 대표 나가려고 하니까 주저앉히고 저출산위원회 하라는 것이다. 남성 정치인들이 본인이 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운 문제가 있을 때는 여성 정치인을 앞세워서 나서서 말하게 하는데 정작 여성을 정치에서 주체로 잘 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 정치인은 정당이 필요해서 발탁이 되고 활동을 하다가 어느순간 사라진다. 정치경험을 충분히 쌓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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